[TK저널] #세상구경
김천시와 이웃한 거창군(居昌郡)의 슬로건이 "거창(巨創)한 거창(居昌)"입니다. 나날이 창성하라는 의미겠지요? 또 옛 선비들의 글속에는 거창군을 산자수명(山紫水明)한 고장이라는 칭찬글도 많더라구요.
저 역시 세상구경 삼아서 거창군을 여러번 다녀왔는데 갈때마다 천혜의 자연을 가졌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거창군은 높은 산도 많고 산세가 웅장하며, 기암절벽이 어우러져 빼어난 풍광을 자랑하는 경승지가 여러곳에 흩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무더운 여름이면 시원한 계곡을 찾아 더위를 식히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를 않는다구요. 청정 자연속에서 잠시나마 일상을 잊고 쉬어가기에는 이만한 곳도 드물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저께 방문한 금원산자연휴양림은 거창의 빼어난 자연경관중의 한 곳입니다.
2013년 12월경에 금원산(金猿山)을 아내와 오른 적이 있었는데, 이번이 두번째 방문으로 산의 유래가 재미있데요. 옛날 금원산 산속에 금빛 원숭이가 날뛰어 한 도사가 바위 속에 가두었다는 전설에 따라 금원산이라 부르게 되었다고도 하며, 산중턱에 있는 금빛 원숭이를 가둔 바위를 금원암 또는 원암(猿巖)이라고 한다네요.
사실 이번 방문은 계획에도 없었습니다.
위천면의 어느 식당에 점심 예약을 하고 갔는데 30분이나 일찍 도착했지 뭡니까...
식당 위치를 확인하고, 시간을 보내려고 금원산자연휴양림을 잠시 들렀지요.
큰 기대없이 입구에 들어섰더니 한 여름의 열기가 무색해지더군요. 짙은 초록빛 그늘 아래로 서늘한 산바람이 내려오는 것이 더위를 식히기에는 최적의 장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잠시 들린 곳이 문바위입니다. 콘크리트 포장길을 따라 오르다 맞닥뜨린 것은 단연 시선을 사로잡는 문바위입니다.
국내에서 단일 바위로는 가장 크다는 명성에 걸맞게, 고개를 까마득히 쳐들어야 겨우 끝이 보일 만큼 거대하더군요.
오랜 세월 자리를 지켜온 거대한 바위앞에 서니, 자연의 압도적인 크기 앞에서 절로 마음이 겸손해지데요.
문바위에는 “달암이선생순절동”이라는 글자가 음각되어 있었습니다. 이는 구한말 애국지사이자 문인이었던 면우 곽종석 선생과 관련된 기록으로 전해진다구요.
예약시간에 맞춰서 다시 내려왔습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니까요. 식당이름이 "도감어가"인데 SNS에서 봤던 명성에 걸맞게 맛은 괜찮은데 가격이 비싸데요. 1인당 35,000원이나 지불했습니다.
맛난 점심을 먹고 냉커피를 한잔씩 사서 들고는 다시 휴양림 속으로 들어갑니다.
울창한 숲속의 산책로를 따라 계곡 깊은 곳으로 걸음을 옮겼습니다. 푸른 나뭇잎 사이로 햇살이 빗살무늬처럼 내리고,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계곡물 소리가 점점 더 우렁차게 들려왔습니다.
데크길과 산길을 10여분쯤 오르니 유안청폭포가 보였습니다.
유안청폭포의 이름은 조선 중기 이 골짜기 어딘가에 선비들이 모여 공부하던 ‘공부방’인 유안청(儒案廳)이 있었기 때문에 유래한 것이라고 합니다.
폭포앞 바위에 앉았더니 산 위에서 불어오는 산바람이 어찌나 시원하던지요. 에어컨 바람과는 차원이 다른, 뼈속까지 시원해지는 천연의 바람이었습니다.
차디찬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바위에 나란히 앉았습니다. 바닥이 훤히 비치는 물속에 발을 담그자 일상의 피로와 잡념이 한순간에 씻겨 내려가는 듯 합니다. 시원한 물소리를 배경 삼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소리를 듣고 있노라니 옛 선비들이 말하던 ‘신선놀음’이 바로 이런 것이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간이 제법 흘렀습니다. 땀도 다 식었으니 내려가야겠지요. 시원한 그늘과 얼음 같은 계곡물에서 보낸 시간은 그 자체로 완벽한 쉼이었습니다.
금원산자연휴양림에서 푸른 기운을 가득 채우고 다시 김천으로 돌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