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최종편집일 2026-09-04 17:24

  • 인사이드 > 세상구경

농부작가 문홍연의 세상구경

천불산 청량사에서...

기사입력 2025-11-17 10:37

페이스북으로 공유 트위터로 공유 카카오 스토리로 공유 카카오톡으로 공유 문자로 공유 밴드로 공유

#세상구경
 

  • 사용자가 올린 이미지


만추(晩秋)! 바람 한 줄기에도 잎들이 우수수 떨어지는 계절입니다. 화려한 단풍은 절정을 지났지만, 그 아련함은 오히려 깊어지는 계절이기도 하지요.

늦가을의 서정(抒情)을 느껴보고 싶어
아내와 목적지도 없이 집을 나섰습니다.
오다보니 해인사 이정표가 보이데요.

해인사로 가려다 늘 가는 곳이라 옆길로
방향을 틀어 청량사로 향했습니다.

 

  • 사용자가 올린 이미지


절 아래 주차장에다 차를 세우고 산길을 더듬어서 올라갑니다. 올때마다 느끼지만 아주 가파른 비탈길이라 숨이 찹니다.

사람들은 청량사라고 하면 가장 먼저 봉화군 청량산의 청량사를 떠올리겠지만, 이곳은 천불산에 있는 청량사입니다.
사실 천불산보다는 '남산제일봉'이나 '매화산'이라는 이름이 더 익숙할 것 같기도 합니다. 기기묘묘하게 솟아난 바위의 모양이 천개의 부처와 같다고 천불산으로 불린다고 하는군요.

 

  • 사용자가 올린 이미지


숨이 찰 정도로 한참을 걸어 올랐더니
표지석까지 왔습니다. 근데요 가만보니
몇년전에는 글씨가 까만색이었는데 이번에는 금색으로 다시 칠을 했군요.
왜 글자색을 바꿨을까?
생각을 하면서 다시 산길를 올라갑니다.
저만치 설영루(雪影樓)가 보입니다.

 

  • 사용자가 올린 이미지


청량사는 일주문과 사천왕문이 없고 설영루가 일주문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설영루(雪影樓)는 열반의 세계에서 꽃과 새를 바라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구요.
 

  • 사용자가 올린 이미지


이곳에는 보물이 세개나 있는데 대웅전의 석조석가여래좌상과 뜰에 선 삼층석탑, 석등이 일직선상으로 배치를 했더군요.
 

  • 사용자가 올린 이미지


돌부처님은 9세기 초의 걸작이고, 신라 양식을 그대로 간직한 삼층석탑에다, 멋스런 석등이 옛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 한껏 자태를 뽑내고 있었습니다.
 

  • 사용자가 올린 이미지
 
  • 사용자가 올린 이미지


대웅전 돌부처님께 참배하고 석탑앞에서
먼 곳을 바라봅니다. 혜곡 최순우 선생이 영주 부석사에서 만났다는 풍경이 그대로 보였습니다.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서"에는 이렇게 묘사되어 있지요. "그 산 위에 또 산, 그 뒤 위에 또 산마루, 눈길이 가는 데까지 그림보다 더 곱게 겹쳐진 능선들이 모두 이 무량수전을 향해 마련된 듯 싶어진다"

그렇습니다. 한국의 산들은 중국의 산들처럼 웅장하지는 않지만 그 나름대로 아기자기한 것이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 사용자가 올린 이미지
 
  • 사용자가 올린 이미지


청량사는 창건 연대가 확실하지 않다고 합니다. 다만 고기(古記)에 “청량사는 월유봉 아래 있는데 최고운이 가야산에 들어갈 때 처음 살았던 곳”이라는 기록이 있다지요? 해인사 산내암자 중 가장 오래된 사찰이라고도 합니다.

이곳에는 고운 최치원 선생의 발자취가 남아 있는데 ‘삼국사기’에도 최치원이 즐겨 찾았던 곳이라고 기록되어 있으며, 조선 중기의 임억령(1496~1568)의 시 구절에서도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다구요.  “고운이 푸른 산에 깃 들었다 들었는데 청량사 아래 세간 집이라 하네
표연히 선계로 가버려 찾을 곳 없으니 시름하며 찬 솔에 기대니 산 가득 비 내리네”.

사실 청량사보다 천불산(남산제일봉)이 훨씬 더 유명하지요. 수년전 홍류동에서 출발하여 능선을 타고 올랐다가 정상에서 청량사로 내려온 적이 있었는데, 산의 형세가 거대한 용의 등뼈처럼 휘고 굽어져 있으며 바위의 모양들이 기기묘묘하데요. 그래서 천불산이라 고쳐 불렀겠지요?

또 하나 음력 5월5일 단오날이면 해인사에서는 ‘소금단지 묻기’ 행사를 하는데, 해인사 법당 주변 5곳뿐 아니라, 천불산 정상에도 소금단지를 묻는다고 합니다. 예로부터 소금은 불순한 기운을 몰아내고 악재를 차단하는 정화의 상징으로 여겨졌는데, 단오절은 일 년 중 양기가 가장 강한 시기라는 점에서 이 의식은 사찰과 산림, 경전 등을 보호하는 의미가 크다구요. 해마다 절 주변과 산 정상에 소금단지를 묻는 바람에 해인사 팔만대장경에는 불이 안나는 것일까요?
(진짜로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단풍이 아름답다는 가야산 홍류동계곡은 따로 설명이 필요없는 곳이기도 합니다.

 

  • 사용자가 올린 이미지


산을 내려와 맛있는 점심까지 먹었으니 이제 집으로 돌아 가야겠지요. 계절이 계절인지라 성주에서 해인사로 가는 도로변에는 사과를 파는 노점상들이 여러군데 있습니다.

사진속의 저 곳은 베트남 새댁이 파는 노점상입니다. 한국으로 시집온지가 15년이 넘었다고 하더라구요.
만원짜리 3장에 한 광주리를 담고
흠다리 한봉지는 덤이라며 주네요.

가끔은 무인점포로도 운영을 하는데
손님들이 그냥 가져가면 어떻게 하냐?고 물었더니 환하게 눈 웃음을 지으며...
"한국사람은 모두가 양심이 고와요"
참으로 기분좋은 말이었습니다.

그러고보니 사과를 담는 베트남새댁의 미소와 광주리속의 사과가 가을 햇살처럼 잘 익었습니다.

TK저널 기자 (tkj5577@naver.com)

  • 등록된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댓글0

스팸방지코드
0/500